염색
"머리가 이게 뭐야~ 너무 새까맣잖아"
"안까매, 하얀머리 바글바글 하다가 없어지니까 까매보이는거야
50년은 젊어 보인다! 뭐"
"내 나이가 몇인데 50년은 젊어보이냐!"
"새까맣게 윤나는게 보기 좋기만 하구만, 뭘 그래"
"봐봐, 자기두 까맣다구 하잔아"
"ㅎㅎㅎ"
돌쇠,아침부터 어제 염색해준걸 갖고 저리 투덜거린다
지난주에 염색약을 개놓고 친구만나러 나갔다가
그약으로 그냥 해줬더니 염색이 전혀 안됐길래
어제 저녁 염색을 다시 해줬다
먼저 목에 수건 두르고,
옆머리가 짧으니까 유난히 더 하얀 머리가 두드러져 보이길래
그곳을 집중적으로 바르고
항상 머리를 위로 올리고 다니니까 이마 위에도 꼼꼼히 아주 열심히 골고루 발랐다.
"에구, 염색해주는것도 쉬운게 아니네, 다발랐어.
지난주에 20분 했는데 염색 안됐으니까 오늘은 30분 있다가 머리 감어"
돌쇠 머리 감고 나오더니
"이마가 이게 뭐야! 염색약이 묻었으면 지우면서 했어야지"
"피부에 묻은건 내일아침이면 다 지워져"
얼마나 문질렀는지 이마가 새빨개 졌다
"일루 와봐 내가 지워줄께"
화장 지우는 크린싱 크림으로 열심히 지웠는데도
이마랑 양볼이랑 귓볼위에가 군데 군데 거뭇거뭇하다
"아이 씨~ 이마 내놓고 다니는 사람한테 이렇게 해 놓으면 어떡해
내일아침에도 안지워지면 나 출근 안해!"
무슨 애들도 아니고 얼굴에 까만거 조금 묻었다고
출근까지 안한다고 저리 앙탈부리는지...
담부터 다시는 염색 안해 준다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밀어넣었다
"라면 삶아 줄까? "
"싫어"
"그럼 떡볶기 해줄까?"
"아니, 나 계란 후라이 두개 해줘"
염색 해주고 수고했다는 말은 못듣고 눈치를 봐야 하다니 에구 내 팔자야
미운놈 떡하나 더 준다고 계란후라이 세개 해줬더니
맛있게 먹고나서 기분이 풀렸나 보다
"자기두 저렇게 할수 있어?"
난데 없이 내조의 여왕인가 하는 드라마에 나오는 김남주를 가리키며 뜬금없이 물어본다
"그럼, 당근이지. 자기가 저 상황이면 난 김남주보다 더한것도 해"
"정말? 근데 저 드라마가 무슨 내용인지 알기는 해? "
"알지, 내가 살림만 못하지 다른건 잘하자나 그치?"
"응, 그건 그래"
잘 달래서 잘자고 일어났더니
이마에 까만거 왠만큼 지워지니까 머리 까맣다고 야단이군
내가 보기엔 아주 훌륭하고만
경제적인것만 아니면 그냥 확~ 미장원 가서 하라 하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