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평소 날 부르던 목소리와는 아주 딴판으로
부드럽게 날 부르는 돌쇠 (평소엔 항상 잔소리할 일로 날 부르니까 결코 부드러울수 없음),
왠지 불안감이 밀려온다
"왜!"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더니
돌쇠 히죽히죽 웃어가며
"나 만원만~" 하고 말한다
예전엔 거의 매일이다 시피 듣던말을 오랫만에 다시 들어본다
며칠전 거래처 한곳이 다른곳이랑 계약을 했다며
이달부터 용돈 없이 살아야 한다더니 그새 그 여파가 나한테 미치는 구나
많은거래처중 한곳이 떨어져 나갔다고 뭔 큰일이야 나진 안겠지만
그거래처가 유일하게 돌쇠 개인통장으로 대금이 들어오고
그돈으로 가끔 정수 용돈도 주고 나몰래 엄마용돈도 주고
또 보험적금도 하나 붓고
나한테 일일이 말하기 뭣한 약간은 뒤통수 가려운곳에도 쓰고
많은 돈은 아니지만 여하튼 돌쇠한테는 아주 요긴한 돈이었는데
많이 안타깝군
"싱크대 위에 내지갑에 있어 만원만 꺼내가"
그리곤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나 출근한다"
어라~ 평소 같으면 지갑에서 얼마 꺼냈다고 말했을 텐데 오늘은 아무말이 없네
"돈 꺼냈어?"
"아니"
"그럼 오늘 쓸 돈은 있는거야?"
"아니, 2천원밖에 없어"
불쌍한 돌쇠...
어느 누가 보더라도 저 깔끔한 옷차림과 생김새로 보아
지갑에 뒷면 깔끔한 수표 몇장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세종대왕 몇분은 모시구 다닐꺼라 생각하지
딸랑 이황선생 초상화 두장 갖고 다니리라 상상이나 하겠는가
그것도 자칭 중견기업 사장이...
내 지갑을 열어 만원짜리 한장 집었다가 다시 두장을 꺼내 건네주며
절대 그냥주는 법이 없이 한마디 덧붙인다.
"아껴써!"
그나저나 이제부터는 '자기야~ 만원만' 소리를
거의 아침마다 듣게 생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