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사는이야기

장조림

윤서맘** 2009. 6. 9. 09:49

엊그제 일요일 저녁

"반찬이 김치찌개 딸랑 하나네 계란 후라이라도 할까?"

"됐어, 그래도 집에서 밥먹으니까 좋자나"

반찬투정 안하는 돌쇠 이쁘단 말야  ^^

"엄마집에 밑반찬 해놓은거좀 있나?"

"없는거 같던데"

"우리집 식구들은 밑반찬을 안 좋아하는거  같어"

"없으니까 안먹지 안좋아하는게 아냐"

"ㅎㅎ 그런가?"

 

어젠 점심에 백반집에서 반찬으로 장조림이 나왔길래

퍼뜩 그제 저녁이 생각났다

인터넷 뒤져서 레시피 프린트 하고

퇴근길에 마트에서 고기랑 메추리알이랑 설탕이랑 마늘이랑 꽈리고추랑 생강을 샀다

그러고 보니 집에 있는 재료라곤 딸랑 간장 뿐이군  ^^

 

래시피엔 고기 1kg 기준이어서

모든 재료를 1/3로 맞추고

고기는 1시간 반을 삶으라고 써 있길래

가스불에 올려놓구 기다리는 시간

잠시 컴퓨터 켜고 오락하고 있었더니

어디선가 탄내가 솔솔 풍겨왔다

혹시나 싶어 얼른 뛰어가 냄비뚜껑을 열어봤더니

물이 다 쫄아 고기랑 메추리알이랑  타서 냄비에 새까맣게 눌어 붙어 있다

분명 래시피엔 1시간 반 삶으라고 되어있었는데.. ㅠㅠ

생각해 보니 고기가 적다고 삶는 물까지 1/3 맞추는게 아니었나 보다

 

돌쇠 저녁 먹고 들어온다구 전화왔길래

탄냄비 싱크대에 던져 놓구 운동하러 나왔더니

돌쇠 그새 집에 왔는지 전화가 왔다

집에 이게 무슨 냄새며 왜 냄비는 다 태웠냐구 묻는다

 

"어제 밑반찬 없어서 못먹는다구 해서  자기 장조림 해줄라구  하다가 다 태워먹었지

그래도 나 이쁘지? 기특하지?"

"그래 이뻐. 집에 들어올때 사과나 사와"

"사과는 왜?"

"탄냄비 사과 껍질 넣고 끓이면 싹 닦인대"

"어제 먹고난 오렌지 껍질 넣고 끓이면 안돼?"

"인터넷 뒤져 봤는데 오렌지 껍질은 안돼구 사과여야 한대"

"알써 집에 들어갈때 사갈께"

대답은 막대기마냥 잘 했지만 집에 들어갈땐 탄 냄비는 이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 퇴근하면서 꼭 사과 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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